두산인문극장 2015 ; 예외
[강연후기] 예외 상태와 현대의 통치
- 예외상태와 박정희 통치기
강연자 : 김항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교수)
주요 논의 내용
- 독재와 예외상태
- 5.16 쿠데타와 국가재건비상조치법
- 절대적 규범과 영도자의 인격
- 예외상태와 오래된 정치적 상상력
벌써 길고도 짧은 두산인문극장의 마지막 강연 후기를 쓸 때가 되었다. 그 동안 예외라는 주제로 여러 강연들을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전보다 넓어졌음에 감사하며 마지막 후기를 작성하는 바이다. 마지막 강연은 법률개념인 예외상태와 이를 통해 바라본 박정희 통치기에 대해 논하는 강연이었다. 강연자인 김항 교수님은 '예외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독재를 어떤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와 법률적으로 정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과 그 한계, 그리고 현대 정치의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을 이끌어 가셨다.
법학과는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심오한 개념으로 심층적인 논의가 중심인 강연이라서 내가 제대로 강연을 이해하고 들은 것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강연을 들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재의 씨앗이 되었던 법을 정하고, 집행하는 인간에 대한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룰인 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법률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조차 법률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학자의 주장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다가왔기 때문이다. 법 즉 규칙을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예외적인 상황까지 고려하여 만들어 놓음으로써 질서가 붕괴되는 것을 막는다는 생각은 진실로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법의 체계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일까 생각해보는 계기 또한 되었다.
그리고 '독재' 체제인 박정희 체제의 예외상태로의 출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시작부터 국가적 예외상태를 전제로 한 체제가 얼마나 모순적이었는가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집단의 의사결정과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독재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독재는 결국 한 사람의 인격과 그의 판단에 기대어 모든 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교수님은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다. 그렇다면 그러한 인격을 인정하는 권한과 권위는 누구에게서 오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는 곧 현대의 통치 패러다임과도 연결되는 질문이라고 설명하셨다. 하지만 독재 혹은 결정권한을 가진 자들의 정당성이 판가름나는 것은 결국 적법한 절차와 사회적 인정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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