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 2015 ; 예외
[강연후기] 예외와 전복
- 새롭게 만나는 공자
강연자 :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주요 논의 내용
- '學'이란 무엇인가
- '習'이란 무엇인가
- '詩'란 무엇인가
- 왜곡의 역사, 역사의 왜곡
- 예법의 개혁
- '仁'의 재해석
- 예외와 전복
두산인문극장 2015 주제인 '예외'에 어쩌면 공자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리타분하고 보편적인 학습의 아이콘으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이 강연의 주제인 예외와 전복을 꿈꾸는 개혁적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공자의 유명한 말씀인 논어의 첫 구절 子曰 : 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의 새로운 해석을 중심으로 공자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해 보았다. 강연자인 김기창 교수님 말씀으로는 공자야말로 이 시대의 룰이자 규범이고 전복되어야 할 대상인 예외가 된다며 왜 예외에 공자를 들고 나왔는지에 대해 설명하셨다.
공자는 어떤 인물이었는가? 아마 대부분의 이미지는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거나 제자들과 학문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일 것이다. 나의 경우 강연 시작 때 한자가 가득 적힌 슬라이드 화면을 보자마자 '아 두 시간동안 지루한 얘기를 듣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내게 있어 공자는 나이 지긋하고 꽉막힌 선비 할아버지와 같은 이미지 였기 때문이다. 점잖은 모범생 이미지의 할아버지인 공자는 사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아로 태어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옷차림에 신경쓴 패셔니스타였으며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였고 무한한 주량을 자랑하였으며 비주류의 위치에서 주류의 개혁을 외친 인물이라고 한다. 감각적인 자극에서 자유로웠고, 융통성이 있으며(규범에서 자유로움) '나'라는 관념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도 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자의 이미지와는 사뭇다르다. 김기창 교수님은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꼰대적인 해석이 공자와 논어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만들고 공자에 대한 꼰대적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하셨다. 첫 구절의 해석을 다르게하는 순간 우리는 공자와 논어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학이시습지'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이라는 의미로 다들 배웠을 것이다. 중학교 한문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것으로 내 기억속에도 남아있다. 공자의 말씀을 적은 책 논어의 가장 첫 구절이니 그 중요성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은 이 구절은 단순히 앉아서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공자에 대한 모든 선입견의 근원인 이 구절을 學, 時, 習, 仁의 글자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새로이 해석하셨다.
'學'(이하 학)이란 배움이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는 학이란 독서를 통해 앉아서 지식을 늘리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학은 見 (이하 견), 聞 (이하 문)을 통해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견은 책을 '보는' 독서가 아닌 직접적 경험으로 현장목격, 직접체험등의 활동을 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낭독을 통해 책을 들음으로써 읽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견은 직접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다음으로 문은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로 책읽기, 다른 사람을 통해 듣기를 의미한다. 이렇듯 배움의 의미부터 평소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게다가 공자왈 책읽는 것은 시간이 '남으면'하는 것이라고 하는 구절도 있다. 이는 곧 앉아서 책읽기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가 실질적인 경험과 체험을 강조하였으며 우리가 생각한 학이시습지의 학은 앉아서 예습 복습 철저히 하는 공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학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해석됨에 따라 '時'(이하 시)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살펴보아야한다. 시라는 것은 때때로, 때로의 의미라기 보다는 그 시대의 시라는 글자의 쓰임에 따라 '적시에'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한다. 이는 학에서 말한 견문을 통한 주체적 배움을 적시에 실천에 옮기라는 '타이밍'의 의미로 볼 수 있다.
'習'(이하 습)도 마찬가지로 예습 복습 등 반복하는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김기창 교수님의 해석에 따르면 습은 '실천'의 의미로 사회 변혁의 문제와 직결된다. 공자는 룰(규범)을 지키는 것보다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수님은 공자를 끝없이 사회참여와 개선을 강조한 인물로 설명하셨다. 지금까지 설명한 학과 시와 습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견문을 통해 배운 것을 적절한 때에 실천하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의 의미도 다르게 생각해볼 문제인데, 논어에서 말하는 학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공부의 학습의 의미가 아니다. 공자가 말하는 학습은 책상에 앉아있지 말고 다문다견을 통해 얻은 것을 밖으로 나가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다문다견을 통해 학의 결과에 도달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닌,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또한 어느 것을 모르는가에 대한 앎이라고 하셨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학이시습지란 다문다견을 통해 적시에 실천하여 개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교수님은 관념자극을 통한 쾌락과 개혁의 실천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다르다고 강조하셨다. 따라서 불역열호에서 말하는 기쁨은 공동체의 삶을 개선했을 때의 성취감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공자는 사람들에게 하며 뜻을 펼쳐라!라고 강조했던 그 시대의 선동꾼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들으며, 내게 있던 공자의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김기창 교수님은 공자가 말하는 배움의 도달점인 '仁'(이하 인)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셨다. 군자의 필수 덕목인 인은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간접적으로 '~하는 것은 인이 아니다'와 같이 설명될 뿐이라고. (예를 들면 교언영색과 먼 것이 군자의 도리인 것 처럼) 우리는 어질 인이라는 글자의 어질다라는 뜻에 대해 뭉뚱그려 알고 있을 뿐이다. 개중 가장 직접적으로 인에 대해 설명된 구절은 '강의목눌 근인'으로 강의목눌이 인에 '가깝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강의목눌은 단단하고 의연하며 소박하고 진국인(?) 태도를 말한다고 한다. 이는 강단있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따라서 인은 '윤리적 강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셨다. (윤리적 강단을 설명하며 이어지는 공자의 개혁적 태도와 그의 배움에 대한 강조에 대해서는 너무 힘들어서 생략...한다... 공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멋진 인물이었다!)
이번 강의로 공자는 내게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강연을 들으며 그 시대의 공자가 현재의 나에게 행동하라고, 움직이라고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의미있었다. 복종하지 않고 반란을 도모하며 거만한 사람들이라고까지 비판받았던 공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왜곡된 이미지로 덧칠해왔는지 느꼈다. 군자지어천하를 외치며 기존 체제와 제도에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개혁을 꿈꾸는 사람이었던 공자, 시간이 나면 논어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 강연 정리 끝!
"그러나 공자의 가르침은 후대에 와서는 교묘하게 왜곡되고 오해되어 마침내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나 열심히 하고, 인사나 잘 하고 다니라는 것으로 퇴색되어 외면되고 있으니, 이것은 씁쓸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감상. > 두산인문극장 2015 ; 예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연] 예외 상태와 현대의 통치 - 김항 (0) | 2015.07.04 |
---|---|
[영화] MJ, 바캉스, 침입자 (0) | 2015.07.04 |
[강연] 한국정치, 얼마나 예외적인가 - 박상훈 (0) | 2015.05.20 |
[강연] 예외와 악 - 강상중 (0) | 2015.05.15 |
[강연] 예외를 대하는 태도와 예외가 되려는 심리 - 이충형 (0) | 201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