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 2015 ; 예외
[영화후기] MJ, 바캉스, 침입자
두산인문극장의 마지막 날, 2015년 주제인 예외를 이야기하는 단편영화 세 편을 감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까지 두산인문극장 강연에서 말하는 예외는 주로 정치, 사회 등 고차원적인 시각에서의 예외였다면 이번 영화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예외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예외라는 주제에 딱 들어맞는 건 여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인 <바캉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의 소외계층을 다룬<MJ>나 평범하지는 않은 상황의 가족들을 그린 <침입자>도 예외라면 예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MJ
제작연도 : 2013년
러닝타임 : 22분
관람가 : 12세이상
감독 : 김희진
MJ는 예외라기 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교복과 관련된 사건과 이를 해결해나가는(?)과정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예외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흔히 예외적인 일들, 사람들로 치부해버리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낙후된 주택에 사는 술 주정뱅이 아빠가 있는 중학생 여자아이는 모두의 관심에서 쉽게 제외되고는 한다. 그렇게 소외된 사람들, 동네의 이야기를 중학생의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다루는 이 영화를 감상하며 예외적이지 않은 나에게 안도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예외라는 것은 어쩌면 그 반대편에 있는 보편적, 일반적인 영역의 것들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개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움찔하였다.
[영화] 바캉스
제작연도 : 2014년
러닝타임 : 24분
관람가 : 15세 이상
감독 : 이현주
동성애라는 주제로 깊은 고민을 할 일이 없었던 내게 다소 자극적이었던 바캉스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약간 불편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작품을 통해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주제를 공론화 하는 것이 참 용기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도 굉장히 용감하고 솔직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영역의 사람이 나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침입자
제작연도 : 2014년
러닝타임 : 28분
관람가 : 15세 이상
감독 : 박근범
마지막은 침입자이자 침입자가 아닌 당황스러운 사건을 다룬 영화였다. 왜 '예외'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갔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자기 집을 침입하려는 침입자와 그런 침입이 초래한 또 다른 외부의 침입자라는 모순적 상황을 그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보는 내내 정신차리라고 한 대 때려주고픈 주인공의 찌질한 모습이 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교훈적 주제나 희망적 엔딩 같은 것 없이 그냥 상황 그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영화였기 때문에 불편한 곳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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