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리뷰 후기
1월 8일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리뷰 공연을 보러 예당으로 갔다.
엄마 지인분께 초대권을 받아서 가는 거라 좌석 욕심도 없었는데 S석이었다. 매우 만족.
하.......
공연은 정말 으으으으
내가 만약 이 공연을 12만원을 주고 봤다면 두고두고 욕을 했을 것이다.
나는 좀 삐딱하고 깐깐한 뮤지컬 서민인데 반해,
옆자리 프레도는 나름 뮤지컬 전공하는 대학생이라 좀 다를줄알았더니 역시 공연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스포일러 주의]
일단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넘버, 음악 자체가 별로였다. 정말 별로였다.
다소 철지난 듯한 MR과 그냥 이야기에만 맞추려고 만든 것 같은 음악들 ㅠㅠ
뮤지컬의 흥행은 관객에게 전해지는 음악의 감동이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어떤 넘버도 좋은 곡이 없었다.....
가사도 그저 소설 이야기 전개에 끼워맞추기만 급급할뿐....
프레도는 이 공연이 프랑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따왔다고 하는데
프랑스버전은 난해하긴하나 명작이라고...
나는 공감할 수 없다.
아니면 멜로디는 좋은데 오케스트라 반주라든지 멋드러진 음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생각.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는 꽤 큰 규모의 뮤지컬인 것 치고
오케스트라도 없고... 무대디자인이나 장치들이 별로......
처음 장면의 나레이션 영상만 조금 신선했을뿐이다.
근데 대체 이 나레이션은 중간중간 왜 넣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전체적인 연출이 매우 허술하다고 느껴졌다.
뮤지컬은 화려하거나 웅장하거나 어떤 요소가 관객들을 계속 사로잡아야한다.
빈 틈이 없이 흐름을 이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공연은 중간중간 딴생각을 하게 만드는 틈이 참 많았다.
보통 흥행한 뮤지컬을 보면 쉴새없이 흥미로운 볼거리, 들을거리가 이어지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정말 바람과 함께 사라진건지..
어색한 흐름속에서 더 맥을 끊어버리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어?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예를 들면 멜라니의 하인이 있다.
멜라니 하인역의 비중이 은근히 크다.
혼자 튀는 하이톤의 연기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뜬금없는 독무...
생각보다 꽤 길고 오버스러워서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극의 일관된 분위기에 양념처럼 있는 톡톡튀는 캐릭터를 원한거라면 그것도 실패했다.
웃음이 나오기에는 많이 부족한 장면들만 있을 뿐이다.
아 하인역이 소식을 전달하러 갈때와 같은 몇 초의 순간들이 생각보다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그럴때마다 대체 왜 저런 장면을 연출한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프레도는 안무를 엄청나게 욕했다.
멋있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어렵기만한 동작이 많다고.
나는 뮤지컬안무를 모르기에 어려운지 안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 서민인 내가 봤을때는 그냥 별로인 무대구성과 동작들이었다.
무용수들이 춤을 대충추는건지 못추는 건지 안맞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안무가 흐물흐물하다고 메모해놨다 ㅋㅋㅋㅋ)
특히 머리묶은 남성분이 혼자 좀 부족해보이는게 확확 티났다.
내가 다 안절부절하면서 봤다.
춤이 조금 더 드라마틱하고 화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가 텅 비어 보였으니까.
뮤지컬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도 참 불만이많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였으니, 소재 자체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극중 이야기에 촛점이 하나도 없었다.
남녀의 사랑, 전쟁의 아픔 등 몰입할 수 있는 한 주제의 이야기를 해야 관객이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얘기 저얘기 그저 소설 속 중요 포인트들을 전부 다 담으려고 하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역사동영상같은 공연을 만들어버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전혀 모르겠고 인물들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었다.
기승전결이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과 같은 보편적인 구조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의 입장으로 관람한다면
스칼렛은 정말 골빈 나쁜년이다...
공감이 하나도 가지 않는 매력없는 캐릭터로 그려놓았다.
대체 왜 그렇게 애슐리한테만 집착하는지, 돈이 필요할때만 다른 남자를 찾는건지 등등
여주의 심리변화가 아주 어마어마한데, 그에 대한 개연성이 전혀 없었다.
가사나 대사에 인물의 감정묘사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공감도 몰입도 할 수 없었고 '대체 쟤는 왜 저러는거냐 ㅉㅉ' 같은 생각만 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던 부분인
전쟁시기의 장면들은 아예 빼버린 걸 이해할 수 없다ㅠㅠ
뜬금없이 전쟁 후 망해가는 남부가 나왔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역시 감정묘사가 없이 인물들은 그저 겉돌기만.
갑자기 인물들이 슬퍼하고 좌절하는데 과정을 다 빼버렸으니 관객은 뻘쭘.
아 그리고 이날 스칼렛은 서현이었는데
기대를 아예 안하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잘했다.
(초반에 음이탈 한번 이후로 조마조마 했던 건 함정)
그동안 연예인이 주인공인 뮤지컬을 보고 실망만 해왔던터라(옥주현빼고)
서현은 욕먹는 아이돌주연치고는 그나마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뮤지컬배우들하고는 발성이나 성량차이가......
고음부분에서 서현이 힘을 뽝주고 소리를 낸다면
조연인 멜라니는 아주 곱고 편안하게 더 위의 소리를 예쁘게 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 날 가장 잘했던 건 멜라니랑 애슐리 (그리고 흑인노예?역이 2등)
아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이 뮤지컬에 대한 욕을 그만쓰는 게 좋을 것같다.ㅋㅋㅋㅋ
후 ......
그래도 공연을 볼때마다 좋은 공연이든 부족한 공연이든 많은 걸 느끼는 것 같다.
결론은 이거 제값내고 보는 사람 바보아니면 부자 ㅋㅋㅋㅋㅋㅋㅋ
나같으면 이 돈으로 심야식당 같은 대학로 뮤지컬을 여러번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