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시선
[詩] 엽서, 엽서_ 김경미
whydontchu
2015. 8. 14. 09:30
엽서, 엽서
김경미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인가요
내 이름이나 알까 싶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텅 빌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하늘밑 좋은 그림엽서 보았을 때
내겐 우표만큼의 관심도 없을 사람을
아득히 멀리 있음에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매치 애인인양 그립다 쓰지요
당신, 끝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 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대로 찢어
저 낯선 강에 버릴 테니까
불쌍한 당신,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보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
내가 기록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아마
그만큼 많은 것들이 쉽게 바뀌고 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멍청이라서 가끔 너무 쉽게 사람들을 놓치곤 한다.
진솔한, 순수한 관계를 기대하는 만큼 상처도 크기에
더 방어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거라고.
나는 정말 약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