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두산인문극장 2015 ; 예외

[연극] 구름을 타고 Riding On a Cloud 후기

whydontchu 2015. 4. 2. 19:01



구름을 타고 Riding On a Cloud 후기




<구름을 타고>는 사적이면서도 사적이지 않은 야세르의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이지만 현실 그대로가 아닌, '극'으로  픽션이다.

연출인 라비 므루에의 동생 야세르 므루에가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나간다.



동생 야세르 므루에는 내전으로 인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언어능력에 문제가 생겼다.

사진과 실제의 구분이 힘들기도 한데, 사진이나 영상, 극에서의 일들이 그에게 실제 상황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 작품의 연출인 라비 므루에는 그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는 일을 제안하였고,

형제는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현실에서는 오직 한 명의 야세르, "내가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에서도 같은 야세르, 저기에서도 같은 야세르
이것은 내 생각들이지만, 내 실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극 <구름을 타고> 중



작품명인 <구름을 타고>는 야세르의 첫 번째 시집 제목이라고 한다.

조용히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생각을 전하는 극의 형식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극이지만 마치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낯선 극의 형식과 더불어 대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느낌때문에 꼭 한 편의 시집을 읽는 것 같았다.

곱씹어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난해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또 그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쾌감도 있던 공연이었다.


마나 많은 시간들이 헛되이 흘러갔는지
내가 살아있는 조각상 마냥 기다린 인도에 서 있는 동안에
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서둘러 갔어야했는데,
씻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헛되이 흘러갔는지
-야세르 므루에


전쟁과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 아픔과 같은 내용보다는

부상 이후, 야세르의 삶과 생각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기에 관객으로서 거부감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변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엔딩의 두 형제의 콜라보(?)는 나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 이유는 아마 내전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았으리라 짐작한 모두에게

오히려 밝고 담담하게 극복해나가는 주인공 야세르가 전하는 메시지 때문인 것 같다.


<구름을 타고>는 실험적이고 낯선 형식의 작품이었지만  다르기 때문에 더 깊이있게 와닿는 작품이었고,

'삶의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전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